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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데레츠키, 그는 누구일까?
    date : 2016-09-29 09:56:19 / writer : 오푸스 관리자 / Add file : Penderecki 2.jpg (ip:175.209.1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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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레츠키, 그는 누구일까?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 1933년생)의 이름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한국을 10여 차례 방문하여 자신의 교향곡 7<예루살렘의 일곱 대문>8<회한의 노래>를 직접 지휘했고, 2006년에는 백건우 함께 피아노협주곡을 한국 초연했다. 그의 교향곡 5번은 <코리언>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1992년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위촉한 이 교향곡에는 새야 새야주제가 등장한다. 강석희 선생이 수집해서 전해 준 한국 전통음악 중 이 선율이 교향곡의 구조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그는 새야 새야에 얽힌 동학혁명과 녹두장군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데, 주변 강대국들에게 침략당하고 억압받은 역사가 그의 조국 폴란드와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 세월 러시아의 압제에 시달린 폴란드는 그가 사춘기를 지날 무렵 나치 독일의 침략을 받았다. 2차대전의 혼란 속에서 그의 외삼촌 한명은 소련군에게, 또 한명은 독일군에게 목숨을 잃었다. 비극의 역사가 그에게 남긴 상처는 폭압적인 정치권력에 대한 저항의식, 억울하게 희생된 넋에 대한 짙은 연민을 갖게 했다. 그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히로시마 희생자들을 위한 애가>(1960)9·11 희생자를 추모한 피아노 협주곡(2002)50년 넘는 세월의 간격에도 그의 따뜻한 마음이 전혀 빛바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는 젊은 시절 아방가르드의 기수였다. 1959년 폴란드 작곡가협회의 신작공모에서 그는 1, 2, 3위를 휩쓸며 기염을 토했고, 이듬해 52개의 현악기를 위한 <히로시마 희생자들을 위한 애가>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성 루가 수난>(1966)은 이 시기를 총결산한 걸작이다. 그는 1970년대, ‘아방가르드의 배신자소리를 들으며 전통 음악어법으로 돌아왔다. 폴란드 공산정권의 압제가 극에 달하고 자유노조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던 바로 그 무렵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을 정치 상황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늘과 땅, 동구와 서구, 전통과 현대라는 대립되는 가치에 동시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그의 정신세계는 필연적으로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었다. 1984년 폴란드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작곡한 <폴란드 레퀴엠>은 이 새로운 경향의 대표작이다. 그는 자신의 전환이 뒤돌아서 문을 여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어느 경우든 음악의 본질에 대한 그의 소신은 단 하나였다. “음악은 단순한 소리를 너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며, 그것은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펜데레츠키는 한국의 작곡가 류재준의 스승으로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2004, 느닷없이 가르침을 청한 류재준에게 대위법이란 무엇인가?’ 세 차례 질문한 일화는 유명하다. 류재준은 두 차례 열심히 대답했지만 아무 반응도 얻지 못했다. 세 번째는 전화통화였다. 펜데레츠키가 다시 대위법의 본질을 묻자 류재준은 대화라고 용감히 답했고, 이 짧은 선문답으로 두 사람은 사제의 인연을 맺게 됐다. 펜데레츠키가 소통을 중요시하는 음악가임을 짐작케 하는 일화다. 그는 제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하곤 했다. 작곡이란 게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며, 스승은 자기 삶의 방식과 걸어온 길을 보여줌으로써 제자가 스스로를 발견하도록 비춰주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글 이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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